개인주의와 민족주의 또는 배타적 공동체 주의
언제부터인가, 개인주의가 '배타적 공간, 간섭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이슈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왠지 그 이슈를 보고 있으면, 나는 민족주의나 배타적 공동체주의가 떠오른다.

개인주의자와 민족주의자는 반대에 있는것 같다. 특히나 민족의 이름으로 개인을 억압하는데 어떻게 개인주의자와 민족주의자가 연결이 될 수 있겠나. 당연히 그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다. 단지, 약간의 사고 실험을 해 보고 싶어서이다.

개인주의를 무엇으로 정의하던 간에, 개인주의에는 '간섭 당하지 않을 권리'와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 그리고 '내가 싫은 것들을 거부하고 배타할 권리'가 포함된다. 물론 개인주의의 스펙트럼도 졸라 넓고, 개인주의의 이상향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느슨한 연대에 대한 것이었지만, 실제 개인주의, 또는 개인주의적이라고 말할때는 주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것이며, 나에게 강요하지 말라. 내가 너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왜 지랄이냐' 라고 말하는것이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이 논리는 민족주의에도 동일하게 존재한다. 민족주의가 내부적으로는 억압을 상징하겠지만, 민족주의적 집단의 외부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불간섭을 목적으로 하게 된다. 물론 많은 민족주의들은 '영토의 확장'을 목적으로 삼았지만, 또한 많은 민족주의들이 '불간섭'을 그 근간에 갖고 있다. 민족은 민족내부의 이슈들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또는 민족 자결주의같은 것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것보다 동일한 이슈가 좀더 구질구질하게 드러나는 것은 미국의 일부 백인 집단에서 볼 수 있다는 '배타적 공간의 확보'에 대한 것이다. 우리 공동체에 너희들은 간섭하지 마라, 라는. 사실 그들이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법적으로 제지할수도 없고, 제지할 이유도 없기는 하다. 단지, 그냥 보면 왠지 눈꼴은 사납다.

민족주의가 타 민족과의 연대를 거부하듯이, 개인주의가 연대를 거부한다면, 사실 민족주의와 다를것이 무엇이냐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분명 개인주의가 발달하여 현재의 세속적으로 섞인 세상이 만들어 졌는데, 그것이 발전하여 생기는 것이 '자연적인 배타적 집단', 즉 자발적으로 자기들끼리 모여서 배타적 집단을 형성하고 본인들을 외부에서 방어하는 집단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은 왠지 웃긴다. 우리가 민족주의를 욕하지만, 개인주의의 결말이 맘에 맞는 애들끼리 모여서 내부에서만 소통하고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집단의 대량 양산이 되면 참 곤란하지 않겠는가?-_-;;;

민족주의를 깨는 방법은 민족의 허구를 드러내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들이 '알아서' 뭉친다면, 그것을 '허구'라고 까댈 방법은 개인주의의 윤리하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은 분명 소통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므로. 그런점에서 보면, 강제로 그들을 뭉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공립학교/군대/통합적 종교의 존재는 참 신기한 물건이기도 하다. 개인주의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직이기는 하지만.


개인은 과연 '하나의 단위'일까? 민족이 단일한 하나의 단위라는 환상이 깨진지 오래 되었다. 그런데, 그럼 개인은 정말로 온전히 존재하는 하나의 단위로서, '배타권'을 주장할수 있는 근본일까? 재미있는 상상이다.


나는 개인은 간섭을 받을수도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을수도 있으며, 개인의 공간은 섞일수 있거나 섞여야 한다고 믿는다. 그 정도는 문화권마다 다를것이고, 그 다른 정도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들에 기반하고 있을 것인데, 어느정도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개인주의자들이 민족주의를 비난 하는 만큼, 개인주의도 무언가를 '배타'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고 있을 뿐이다.

@기린아
by 기린아 | 2007/03/07 10:05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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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행인1 at 2007/03/07 10:51
'한국식 개인주의'에 대해 미심쩍게 생각하던 차였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기린아 at 2007/03/07 11:08
행인1 / 정리가 안된글인데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래 5줄이면 될 글인데 스타일상 자꾸 길어지네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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