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for-Tat과 윤리(2)
Tit - for -Tat과 윤리

핑커는, 그의 저서 '빈 서판'에서, 과학적 판단과 도덕적 판단을 분리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가령, 인종차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은 근본 동일하게 태어났다, 라는 '빈 서판'의 개념에서 출발하는게 아니라, '피부색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는, 우리의 도덕적 판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핑커는 생각했다.

그러나, 도덕에 대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은 알 수 있겠지만, 종교나 선현의 말씀에 기대지 않는 모든 철학자, 윤리학자들이, 그 종교나 선현의 말씀대신에, 자신들이 세운 도덕원리를 어떤 강고한 것 위에 세워 놓고자 시도하였었다. 모씨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고 말할때, 이것은 의심할수 없는 이 원리에서부터 신의 존재와 도덕의 일반원리를 뽑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 이면에는, 분명, '보편적인 도덕'에 대한 열망이 숨어 있는 것이다. 아니, 숨어있지도 않지.

현대에 와서는, 이 도덕은 철저하게 과학의 검증을 받는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움직이지 않는 반석'은, 과학을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금방 드러나는 일인데, 동성애가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과학적으로 그것이 '정신이상' 또는 '고칠수 있는 병'이 아니라는 것이 최근 점점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없이 과연 동성애가 '순수 인류학적 이상'을 통해서 긍정되지는 않았을 것.

만일 1,2차 세계대전에서 흑인들이 백인들과 동등한 전투력을 지녔다는게 증명되지 않았다면, 흑인 해방까지의 길은 더 멀어졌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과학, 또는 과학에 준하는 검증 - 실제 총알 쏴보면 백인은 뱃가죽이 더 두꺼워서 칼 안들어 가는 것도 아니고, 흑인이라고 해서 복잡한 작전을 이해하고 그것을 수행하거나 어떤 지시를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이 아니다. - 을 거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나온 일반 이론이, 아마도 '빈 서판'과 같은 개념일 것이다. 즉, 모두 잠재력은 동일하다! 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이는 더이상 과학적이지 않다.

도덕을 과학과 분리하고, 대신 이성과는 분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핑커나 도킨스의 생각이 아마 그런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이성에 기댄다고 할 경우, 이성에 기대서 지금의 도덕원리들을 얼마나 생성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이성은, 무엇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서 도덕원리들을 생성해야 할까? 인류 평등? 누구 맘대로?

혹자는 황금률, 즉 '내가 당하기 싫은건 남에게도 하지 말라'같은 걸로 그것을 하고자 한다. 이성적으로 보이나요? 그러나, 나는 담배연기가 좋은 사람이니, 남 옆에서, 또는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겠다면? 적어도 황금률은 이러한 실제적인 도덕들을 방어해 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으로 도덕을 이성으로 분해해 나가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것들은, 도덕으로서의 가치가, 쌓여있는 고물덩어리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발견될 것이다. 문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들은, 대부분 양날의 검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동성연애를 보자. 동성연애 유전자가 어느정도까지 의미를 가질지는 모르겠으나, 인간사회에서 동성연애 유전자보다 더 강력한 유전적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수컷의 바람기일 것이다. 고쳐지지도 않는다. 정신병도 아니다. 그러니 다시 일부다처제를 인정해줘야 하나? 당사자들이 인정한다면? 실제 미국에서는 '동성애를 인정해 달라'는 논리를 그대로 사용하여 '일부다처제'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들이 있다. 논리적으로는, 단순한 성적취향 - 동성과 교감을 나누든 섹스를 하든, 마찬가지로 여러 여자와 교감을 나누고 섹스를 하는 것일  뿐이다. - 에 불과하거나, 유전적으로 당연히 존재하는 프로그램이다.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면, 일처다부제도 같이 허용하면 된다. 다처다부제를 허용하는것도 가능하다. 이제는 우리는 유전검사를 할수 있으므로, 이 씨가 누구의 씨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니 일처다부제도 얼마든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성으로 도덕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과적으로 봐서 다시 또 하나의 도덕원리를 만들어 내든지 - 당연히 그것은 근거가 없을 것이다.!- 아니면 과학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과학에 의지할 경우, 아래 Tit-for-Tat에서 보여준 논리와 같이, 과학은 민족주의나 가족주의와 같은 것들을 부정하는 논리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다
는 것이다.

또한 동성애를 과학이 부정하지 않는것과 같이, 일부일처제도 과학은 긍정해 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과학은 일처다부제나 이부다처제를 긍정해 줄 것이다.

따라서, 진화심리학을 하면서 좌파를 하려면,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근거는 없지만 새로운 도덕원리를 주창한다.

2. 과학적 근거에 맞춰서 새로운 도덕원리가 창시될 것을 주장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도덕원리들의 '근거'를 자기들 맘대로, 꽤나 선별적으로 사용한다. 가령, 인종간 능력 격차가 존재한다면, 현재와 같은 Affimative action은 사라져야 한다. Affimative action의 기본 전제는, 동일한 직위의 후보 두명이 있을때, 만일 한 사람이 흑인이거나 여성이라면, 당연히 더 많은 어려움을 뚫고 왔을 것이므로, 그들을 뽑아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인종간, 성간 능력차이가 존재할 경우, 당연히 현재 존재하는 인종간, 성간의 어떤 차이와 이에 따르는 어려움도, 사실은 어려움이 아니라, 성적 차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아주는 것이 맞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 Affimative action은 의미가 없고, 지금 눈에 보이는 능력대로 뽑으면 된다. 그러나, 보통 진화심리학을 하는 좌파들은,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적어도, 그 사람들은, 현재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주요 도덕을 충분히 신봉하고 있고, 그것을 열심히 디펜스 하고 있다. 당연히 일부는 디펜스 될 것이지만, 일부는 전혀 디펜스 되지 않을 것이다.


1번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오는 지혜 또는 종교적 흐름들에 대해서, 고전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회적 합의라는, 비 과학적인 수단도 동원해야 한다. 이 경우의 문제는, 우리가 보편의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도덕을 강요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이집트에서 여전히 시행된다는 여성 할례같은 경우, 그들 나름의 상대적 합리성이 있다고 누가 말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그러니 어떤 진화심리학 좌파도 이걸 인정할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진화심리학 좌파가 과학에 근거한 윤리 재구성을 성공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2번으로 갈 경우, 우리에게 필요한 도덕을 모두 디펜스 할 수 없다. 딜레마다.

물론 실제 세계는, 1번과 2번 사이에서 절충이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도덕이 이루어진다. 문제는, 그런 절충을 인정하고 나면, 도킨스처럼 '종교따위 의지하지 않고!' 같은 강한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종교로 대표되는 선현들의 애매한 지혜 - 때로는 적절하고, 때로는 적절하지 않은 - 를 과학과 관련없이 의존한다면, 그게 누가 인간 이성의 발로라고 말할수 있겠는가. 어떤건 옳고 어떤건 그르고 어떤건 애매하고 어떤건 과도한 그 윤리 체계가 '이성'과 '합리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순수하게 나의 의견만을 말하면,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성학의 출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진화심리학자들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지 상관 없는 것이다. 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윌슨이 말한대로, '인종간의 차이가 존재할 경우' 그것이 '유전자'로 존재하든 '유전자 풀'로 존재하든 '유전자 상호 작용'으로 존재하든 존재하기는 할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인 도덕과 생활원리에 반영될 것으로 생각하는건, 너무 자연스럽다. 가령,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간에, 이제 확실한 유전적 레벨의 지능차이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부자들은 부자들끼리 결혼하고자 하고, Pool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며, 그것은 비난받을수 없는 행위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하다못해 '비난'은 받았었다. 실제 우리는 우성학에 기본해서 삶을 살고 있고, 그것에 과학적 사실들이 더해지면, 비난의 대상에서 벗어날 것이다.

세계시민과 천부인권의 개념도 내가 보기에는 사그라들 가망성이 있다. 근거가 없지 않은가. 종교도 선현의 말씀도 없는 세상에서, 무엇을 기반으로 천부인권을 주장하겠으며, 세계시민이라는 개념을 주장하겠는가? Tit-fot-Tat(1)에서 이야기 한대로, '가족주의' 또는 '민족주의'로 전열이 재정비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우리가 주창하는 모든 형태의 윤리들이 없어지지야 않겠지만,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이야기 하는 '보편주의'와 관련된 윤리들은 대다수가 '버러우'할 가망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버러우 하지 않는다면, 그 세계는 분명히 '과학'보다 '종교' 또는 '선현의 말씀'에 꽤 의지하고 있는 사회일 것이다. 선현의 말씀에는 이런게 포함되어 있겠지. '사람은 평등하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같은. 근거는 없지만. 종교가 있다면 이런거겠지. '신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또는 황제가 있을지도. '황제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같은.


@기린아
by 기린아 | 2007/11/08 17:37 | 트랙백(1) | 핑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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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mentalese at 2007/11/09 09:19

제목 : 과학과 도덕
Tit - for -Tat과 윤리Tit - for -Tat과 윤리(2)내가 이해하기로 기린아님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과학이 우리가 필요로하는 도덕을 정당화시켜주지 못한다. 되갚기 전략에 기초하여 협동을 설명하는 것은 단지 가족주의, 지역주의, 인종주의를 강화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필요로하는 도덕을 정당화하려면 종교나 전통 같은 비합리적 믿음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과학이 대세니까 미래는 암울하다.1.새끼 오리는 태어......more

Linked at 漁夫의 이것저것; Juveni.. at 2007/11/10 15:23

... 글에서 시작했습니다. 앞 글들을 참고하시려면 다음 글들을 보시길.Tit - for -Tat과 윤리Tit-for-Tat과 윤리(2)과학과 도덕 Tir-fot-Tat과 윤리(3)지역주의와 인종주의; 과학이 과연 현재 지지하는지간단한 생각 다 ... more

Commented by blesshy at 2007/11/08 21:41
사실 윤리나 법체계는 사실적인 기반이나 과학, 심리학 등등 보다도.....
힘싸움이 대세일듯 합니다.(먼산)
(밥그릇 싸움이라고 할까요)
Commented by teferi at 2007/11/08 21:48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법적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예를들어서 요즘 회자되는 싸이코패스가 고칠 수 없는 유전병이라고 해도 싸이코패스가 행하는 이상행동은 용인되지 않겠지요. 오히려 감시를 하면 했지.
Commented by teferi at 2007/11/08 21:51
또한 과거에 실패했다고 지금도 실패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과학의 무서운 점은 점점 누적된다는 것이고 점점 더 진리에 가까워진다는 점입니다.
Commented by 아드소 at 2007/11/15 07:20
어느 인간 집단이 다른 인간 집단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은 문화라는 탈을 지우고 나면 미미한 향 정도밖에 남지 않을 겁니다. 인간 사이의 유전자 차이가 인종간에 7%, 민족간에 8%, 민족 내부에서 85%의 수치로 나타난다는 사실은 결국 개인차가 인종이나 민족간 차를 압도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상류층의 유전자가 하층보다 좋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단지 유전자가 좋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무리를 짓는 경향을 보이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차라리 유전자 설계가 가능한 기술 수준이 되었을 때, 부유한 상류층이 설계를 통한 우수한 자손을 낳는 것을 실현하리라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겠지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수차례에 걸쳐 우생학의 뜨거운 맛을 본 인류가 그것을 잠자코 용인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그런 식으로 종의 개조가 일어난다 해도 그 때의 윤리는 지금 우리가 가진 사고 체계와는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린아님은 현재의 진화생물학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인류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어 태어나기도 하지만 사실 직접 유전자에 손을 댈 수 있는 종족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유전자에 대한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앞으로 인류가 어떤 존재가 되고 어떤 가치 기준을 가지는가 하는 것은 지금부터 서서히 만들어가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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